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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WILL CHURCH/Christianity

세계 주요 이방 창조 신화들과 성경 창조 기사의 비교 연구

우주와 물질의 궁극적 기원의 양식을 중심으로 한 세계 주요 이방 창조 신화들과 성경 창조 기사의 비교 연구

 

세계의 모든 민족에게는 제각각 우주와 인생의 기원을 알려 주는 신비하고 놀라운 창조 신화(神話, Myth)들이 있다. 이는 소위 세계 사대 문명 발상지(四大 文明 發神地)를 중심으로 구분되는 고대 주요 문화권은 물론 그 아류 문화권에 속하는 민족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창조 내지 건국 신화들은 오랜 세월에 걸친 각 민족의 독특한 종교적, 역사적 경험이 응축된 결과이다. 또한 이러한 신화들은 각 민족의 특유한 사고 방식과 정서 등 고유한 민족 문화의 기본틀을 형성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이방 창조 신화들은 창조의 과정을 제 나름대로나마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주요 핵심 요소의 일부를 결여하고 있거나 과학적 오류를 갖고 있음은 물론 수많은 자체 모순들까지 갖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이방 창조 신화들은 한 민족의, 그리고 하나의 동일 계열의 신화의 경우에도 시대와 지역에 따라 그 지엽적 내용은 물론 근본 구조에 있어서까지 극심한 혼란과 난맥상을 보임으로써 도저히 일관되고 체계적인 내용으로 정리하기 힘들다.

이러한 사실은 성경의 창조 기사가 창조의 전과정과 제반 요소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를 망라하여 신적 영감(Inspiration)에 의하여 일목요연하게 기록된 이래 단 일획의 가감도 없이 보존되어 온 사실과 뚜렷이 비교된다. 또한 이방 창조 신화들이 현대에 이르러 고대인의 상상과 원시적 종교 체험의 기록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되는 사실은 성경 창조 기사가 시간이 흘러 인간의 지식이 축적될수록 그 무오성과 정확성이 오히려 더욱 명료히 입증되어 가고 있는 사실과도 첨예하게 대조된다.

  


1. 세계 주요 이방 창조 신화들의 내용 요약 


본 소고의 목적은 여러 이방 창조 신화들과의 비교 검증을 통하여 성경 창조 기사 고유의 진정성과 그 무한한 가치와 의의를 재발견하는 데에 있다. 이에 일단 한 민족의 경우에도 여러 신화가 있을 수 있으며, 하나의 동일한 신화의 경우도 각 시대와 지역에 따라 그리고 아직도 이런 신화에 바탕을 둔 종교를 믿는 각 종파에 따라 그 일부 내용에 상이한 차이가 있음을 전제하고 세계 주요 이방 창조 신화들의 기본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중국 : 천지 개벽 전의 우주는 하나의 거대한 알이었다. 그 안에는 천지의 모든 물질이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뒤범벅이 된 채 섞여 있었다. 그런데 그 알의 한 구석에 반고(盤古) 라는 어린아이가 1만 8천년 동안 잠만 자며 자라고 있었다. 마침내 1만 8천년이 지나자 다 자란 반고는 큰 도끼로 온 우주가 담겨 있던 알을 깨어 버렸다. 그러자 우주의 청명한 정기는 위로 올라가고 혼탁한 것은 아래로 처져서 하늘과 땅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반고는 매일 하늘과 땅 사이를 조금씩 더 벌려가며 그것들이 다시 뒤엉키지 않도록 쐐기를 박아 나가기를 1만 8천년 동안 계속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하늘과 땅은 반고의 키인 9만리 사이로 벌어졌고 더이상 달라붙지 않을 정도로 단단히 굳어졌다. 그러자 마침내 반고는 죽었다. 그리고 반고가 죽은 후 9만리 키를 가진 그의 육신은 썩어 분해되어 각각 이 세상의 만물들이 되었다. 즉 그의 입김은 바람과 구름이, 그의 목소리는 뇌성이, 두 눈은 해와 달이, 살은 땅을 뒤덮는 흙이, 사지는 땅의 네 극이, 그리고 혈액은 하천이, 근육은 온 땅의 길이 되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그의 머리털과 수염은 하늘의 별이, 몸의 털은 온갖 화초나 수목이 되었고 이빨과 뼈는 각각 오색 영롱한 보석이 되었다. 심지어는 그가 하늘과 땅 사이를 벌리며 힘들어서 흘리던 땀방울은 비와 이슬이 되어 지금도 땅을 촉촉히 적셔 주고 있다.

 
(2) 인도 : 근본적으로는 그 스스로 무한하고 초월적이며 자존하는, 그리고 실재와 비실재를 포괄하는 궁극적 원인이요, 기초요, 근원이자 목표로서 유일한 실재인 브라만(Brahman)이 모든 만물의 창조자, 유지자, 변형자, 재흡수자라고 본다. 즉 브라만이 모든 만물의 최종적 기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의 이 세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있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이와 같은 브라만 사상에 입각한 힌두교를 믿는 다양한 종파나 시대 및 지역에 따라 그야말로 견해가 구구하다.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태초의 '타드(Tad)' 라는 절대적 기운에서 의지, 법, 진리, 물, 시간, 주야, 해와 별, 천지, 대기 등이 순차적으로 발생했다는 견해가 있다. 그리고 과거의 우주는 알 수 없으나 현대의 이 우주는 그 안에서 신과 물질이 하나를 이루는 푸루사(Purusa)로부터 흘러나왔고 이 세계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의 존재의 4분지 1이며, 나머지 4분지 3은 불변하는 것으로서 하늘에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또는 브라만에서 파생된 여러 신적 세력들 중에서 질서의 신인 '인드라'가 혼돈의 신인 뱀의 악령 '브르트라'를 계속 이기는 과정에서 하늘과 땅이 생겨나고 태양이 떠오르고 물도 넘쳐나는 등 우주가 조직화 되었다는 견해도 있다. 인도인들은 브라만이 전개해 나가는 과정에서 여러 분야별로 자연법칙, 질서, 특정 세력들이 생기게 되었는데 이 모든 것이 곧 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신은 현재도 수도 없이 많으며 아직 알려지지 않은 신도 수없이 많다고 본다.

 
(3) 메소포타미아 : 태초에는 오직 단물 곧 민물의 신이요 아버지 신인 압수(Apsu)와 짠물 곧 바닷물의 신이요 어머니 신인 티아맛(Tiamat)만이 있었다. 압수와 티아맛은 오랫동안 뒤영켜 있다가 '라흐무'와 '다하무'라는 신을 낳았다. 그리고 이들로부터 수 대에 걸쳐서 여러 신들이 태어났다. 그런데 이들은 점점 더 커지고 힘과 지혜가 많아지자 티아맛의 속에서 마구 뛰고 달렸으며 이를 말리는 압수의 말조차 듣지 않았다. 그래서 티아맛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압수가 자식들과 전쟁을 개시했지만 패하여 죽었다. 그리고 압수가 죽은 후 자식 신들의 대표로 압수를 물리친 '에아(Ea)'로부터 마침내 모든 신들의 왕이요 인간 세상의 창시자가 된 눈과 귀가 네 개요 입에서는 불을 토하는 거인 신인 말둑(Marduk)이 태어났다. 그러자 마침내 어머니 신인 티아맛도 분을 참지 못하고 피 대신 독이 흐르는 열 한 종류의 괴물 신들을 새로이 낳고 그들 중 하나인 킹구(Kingu)를 새 남편이요 총 사령관으로 삼아 다시금 자식 신들과 전쟁을 개시했다.

맨 처음에는 자식 신들이 패전을 거듭했다. 그러다가 말둑이 전쟁에 이기면 모든 신들의 왕으로 추앙받을 것을 약속받고 등장하여 티아맛과 킹구를 죽여 버리고 많은 괴물 신들을 포로로 삼았다. 그 후 말둑은 놀랍고도 놀라운 기념비를 마련하고자 티아맛의 시체로 하늘과 땅 그리고 별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킹구의 피를 가지고 신들을 섬기는 일을 맡게 할 비천하고 야만적인 피조물을 만들고 그 이름을 인간이라 정했다. 그 후에 모든 신들의 계급과 거처가 정해지고 바벨론이 신들과 인간의 종교 중심지로 세워진 뒤에 완전한 평화와 질서가 찾아왔다.

 
(4) 이집트 : 전통적으로 각 지역별로 숱한 신들을 제각각 섬기던 관습이 있었던 데다가 각 왕조(王朝)별로 자기들의 통치 이념이나 정책에 보다 잘 맞는 신들을 보다 더 집중적으로 섬기던 전통이 혼합되어 창조의 과정 및 그에 있어서의 각 신들의 구체적 역할에 대한 결정적인 견해가 없다. 그러나 그 중에서나마 대표적인 것으로는 아툼(Atum) 창조설과 태양신 레(Re)의 창조설이 있다. 전자는 세상은 본래 온통 물이었는데 스스로 있는 모신(母神)인 아툼이 '오시리스(Osiris)'와 '하피(Hapi)' 등 여러 신들을 만든 다음 그들로 하여금 혼란스런 물 위에 최고의 언덕을 만들게 한 후 세상의 질서를 세우고 흑암과 빛의 자리를 정함으로 비로소 오늘날과 같은 세상이 생겨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편 후자는 태양신 레가 먼저 자연 세계의 물에서 스스로 창조되어 나타나 여러 신들과 인간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보다 좀더 정교한 이론을 갖춘 신화로는 본래 세상에는 신들의 세계만 존재하고 있었는데 우주적 정신인 '프타 (Ptah)'나 지혜의 신 '토트(Thoth)'가 이 물질 세계를 만들었다고 보는 신화도 있다.

 
(5) 그리스 • 로마 : 이들에 의하면 스스로 존재하거나 이 세상을 초월한 절대적 신이 있어서 이 세계가 창조된 것이 아니라 그 스스로 생겨난 물질이 서서히 여러 모습을 갖춘 다음 제각각 자기 자리를 차지하여 현세상이 이루어진 것일 뿐이며 신들도 본래는 인간처럼 나중에 생겨난 것일 뿐이다. 

좀더 상세히 말하자면 최초에는 그 안에 우주의 모든 기본 구성 물질들이 서로 뒤범벅이 된 채 혼재되어 있던 무한한 공간인 카오스(Chaos)가 스스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가장 처음으로 가슴이 넓은 대지의 신인 가이아(Gaia)와 생식과 열정을 충동하는 에로스(Eros)가 나타났다. 

그후 다시 카오스로부터 어둠과 밤이 생겨나고 다시 어둠과 밤의 결합으로 공기와 낮이 태어났다. 그러자 가이아도 우선 별이 빛나는 하늘인 '우라노스(Uranos)'와 큰 바다인 '폰토스(Pontos)'를 낳은 다음 다시 자신이 낳은 우라노스와 교접하여 '타이탄'이라고 하는 남신 5명과 타타니스라는 6명의 여신 그리고 끝으로 막내 아들 신인 크로노스를 낳았다. 또한 가이아는 그 외에도 외눈박이 거인인 키크로프스 3명과 손이 100개나 되는 거인인 헤카톤케일 3명도 낳았다. 이런 신들은 서로 결혼하여 그 외의 수많은 신들을 낳았다. 
이러한 신들 중에서 모든 존재의 어머니 신인 가이아가 직접 낳은 자들로서는 가장 나이가 적은 크로노스가 일단 전세계의 지배자가 되었다. 그는 자신의 자식들에게 왕좌를 빼앗길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6명의 자식 신들을 낳는 대로 삼켜 버렸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마지막 자식인 제우스(Zeus)를 낳은 후에는 아기 제우스 대신 돌을 남편에게 삼키게 하였다. 이렇게 해서 살아난 제우스는 훗날 마침내 자기 아버지를 죽인 후 아버지가 이전에 삼켰던 자기 형제들까지 토해내게 하였다. 그후 제우스는 자기 형제들끼리 세계를 나누어 지배했다. 곧 제우스 자신은 하늘을, 포세이돈(Poseidon)은 바다를, 하데스(Hades)는 죽은 자들의 세계를 각각 나누어 다스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리스 땅에 있는 올림푸스 산에 자신의 궁전을 만들고 이를 모든 신들의 근거지로 삼아 여기를 중심으로 천하의 모든 신들이 모여 살게 하였다.

한편 인간의 기원에 대해서는 그리스, 로마의 각 지방별로 생각이 다양하다. 그러나 인간도 신들과 마찬가지로 가이아에 의하여 거의 같은 시기에 태어났다고 보는 가장 오래된 견해와 제우스에게 정복당한 고대 타이탄 족의 후예인 프로메테우스(Prometheus)가 신들의 지시에 의하여 흙을 물로 반죽해서 신들의 모습대로 빚어서 인간을 만들어 내었다고 보는 두 견해가 가장 대표적이다. 전자가 애매한 대로 논리적이라면 후자는 보다 조직적이다. 이중 특히 후자의 견해는 보다 상술할 필요가 있다. 
프로메테우스가 맨 처음 사람을 만들었을 때에는 모든 사람이 순수하고 정의로운 황금 시대(the Gold Age)였다. 대지도 완벽한 상태여서 인간은 농사나 사냥을 하지 않아도 마음껏 풍요를 누렸다. 그러자 신들은 질투를 느껴 매일 봄이던 날씨를 여러 계절로 나누었다. 그러자 인간은 혹한과 혹서를 피하기 위해 애써 집을 지어야 했고 먹고 살기 위해서는 계절에 맞추어 씨를 뿌리고 김을 매어야 했다. 이것이 은의 시대(the Silver Age)였다. 그 후 인간 사회는 더욱 악화되어 모든 인간이 자기의 것으로 만족을 하지 않고 서로의 것을 더 차지하기 위하여 걸핏하면 무기를 들고 싸우게 되는 놋의 시대(the Bronze Age)가 왔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라 인간은 아예 자기만 살기 위하여 지금까지 공동 경작하던 땅을 각각 사유지로 분할하고 땅 위의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여 땅 속까지 파헤쳐 쇠를 만든 다음 이것을 무기로 상대방을 아주 죽이려고 달려 들었다. 심지어는 가족들 사이에도 다툼이 일어나고 진정한 우정은 상실되었으며 교활, 폭력, 잔인만이 남았다. 이것이 바로 현세대 직전의 철의 시대(the Iron Age)였다. 그러자 제우스는 노해서 물로 온 세상을 잠기게 해 모든 인간을 다 죽여 버렸다. 그런데 평소 신들을 경배하던 '유켈리오'와 '피라'라는 두 부부는 신들의 호의로 살아남아 신들의 계시에 의하여 모든 존재의 어머니 신인 가이아의 뼈 곧 돌들을 각각 자기들의 등뒤로 던져서 다시 많은 수의 남녀가 생겨났다. 그래서 우리들이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세대가 시작되게 되었다. 그러므로 현재 인류는 과거 시대의 인간들의 역사를 거울 삼아 신을 섬기며 욕정을 자제하고 바른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그리스 · 로마인들의 기본 개념 곧 우주가 스스로 생겨나 그 역시 제 스스로 질서와 조화를 갖추어 간다는 기본 사고 방식은 우주와 인생이 존재하게 된 것과, 현재와 같은 질서를 이루게 된 것은 오직 그 스스로 영원히 존재하는 우주 자체에 본래부터 내재된 기계적 원리의 발현인 것으로 보는 소위 서구식 합리주의의 모태가 되었다. 그리고 신들이 비록 불사의 존재로서 인간보다 다소 우월하나 그들도 역시 음탕하고 탐욕스러우며 운명에 존속되어 있다고 본 생각은 적어도 인간의 입장에서는 인간이 최고요 절대라는 인본주의의 뿌리가 되었다.

 
(6) 폐르시아 : 폐르시아의 창조 신화는 이 지역에서 발생된 배화교(拜火敎) 곧 조로아스터교(the Zoroastanism)로 편입되어 여타 교리와 함께 체계화되었다. 그러나 이 조로아스터교는 잘 알다시피 온 세상과 역사를 선한 신 아후라 마즈다(Ahura Mazda)와 악한 신 앙그라마인요(Angramainyoe)의 싸움으로 이해하는 소위 이원론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보다 더 궁극적 문제인 이 두 신의 기원과 그들의 싸움의 시작 문제는 거의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들의 경전의 일부에 분명 태초에 아후라 마즈다와 앙그라마인요는 하나의 공허로부터 분리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은 처음부터 상호 정복 전쟁을 시작했으며 현재의 물질 세계는 그들의 두 왕국 사이의 일종의 완충지대요 그들의 전쟁터로서 창조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같은 현재의 우주를 통한 두 신적 세력들간의 싸움은 9000년간 계속되다가 선한 세력이 악한 세력을 이기는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같은 현세의 종말은 이러한 진리를 설파한 조로아스터의 죽음을 기점으로 하면 3000년 뒤라고 한다. 또한 영혼과 물질의 결합체인 인간은 불멸의 존재로서 선과 악 중의 하나를 선택할 것이 요청되며 사후에 그의 생전의 행위대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한다.

 

 
2. 성경 창조 기사와 이방 창조 신화들의 비교 평가 

 

(1) 우주의 궁극적 기원의 양식에 관한 성경적 창조론의 독보성

세계에는 이상의 고대 주요 문화권의 창조 신화들 이외에도 더 많은 수의 창조 신화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의 내용도 제각각 인간의 상상력의 극치를 보여 주는 것으로서 이채롭고도 특이하다. 그러나 이같은 세계의 수많은 창조 신화들은 그 현란하고도 잡다한 세부 내용들을 차치하고 가장 중요한 현안인 '도대체 이 우주와 인생은 가장 맨 처음에는 어떻게 해서 존재하게 되었는가'하는 문제, 곧 우주 만물의 궁극적 기원의 기본 양식에 대한 견해만을 놓고 볼 때에는 단 세 그룹으로 축약된다. 다시 말하여 세계의 모든 창조 신화들은 일단은 모두 다 서로 다른 자기들 고유의 신들이나 또는 특별한 과정에 의하여 지금의 세상이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렇다면 이제 또다시 그러한 신들은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으며 그러한 신들이 현재의 우주를 지어 내기 위한 재료로 사용한 우주의 물질들은 맨 처음에는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가 하는 물음이 야기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 문제, 곧 더 이상의 다른 원인이 없는 최종적인 우주와 인생의 궁극적 기원의 기본 양식에 대한 견해에는 자연 발생론, 유출론, 창조론 등 세 가지밖에 없다. 그리하여 이를 중심으로 세계의 모든 창조 신화들은 세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제 이상의 세 유형 각각을 보다 상술하고 그에 따라 성경의 창조 기사와 앞서 소개한 세계 6대 창조 신화들을 분류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이런 저런 신(神, God)들이 생기기 전에 어쨌든 우주 자체와 그 안의 구성 물질들이 먼저 있었고 여러 신들은 다만 이 기존 물질을 가지고 현재의 세상을 꾸며 낸 것이라고 보는 견해이다. 즉 우주의 가장 궁극적인 것은 결국 물질이며 이러한 물질은 그 스스로 생겨나 영원히 있는 것이라고 보는 '자연 발생론' 유형이다. 여기에는 중국의 반고 신화, 이집트 신화, 그리스 · 로마 신화가 속한다. 
둘째는 비인격적 하나이자 전체인 어떤 절대(總對)로부터 여러 단계에 걸친 유출에 의하여 여러 신들이나 이 물질 세상이 생겼거나 아니면 일단 신들이 먼저 유출되어 나온 후 그들이 이 세상을 지어 낸 것으로 보는 유출론(流出論) 유형이다. 여기에는 인도의 힌두교 계통의 신화들과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교 신화 등이 속한다. 흔히 조로아스터교는 이원론인 것으로만 알려져 있으나 선과 악의 양대 세력은 양자 모두가 그 스스로 영원히 절대 자존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태초의 하나의 혼돈에서 나온 것이요 마침내 악은 멸망할 것으로 보기에 이는 분명 일원론이다. 그래서 조로아스터교를 이원론적 일원론이라고 한다. 
끝으로 절대 초월적으로 자존하는 한 창조자의 일관된 의지에 의하여 그리고 본래는 피조된 세상과 그 창조자는 완전 단절된 상태에서, 무로부터 유로 우주가 지어지게 되었다는 창조론(創造論)이 있다. 여기에는 오직 성경의 창조 기사만이 속한다.   
이렇게 볼 때에 우주의 궁극적 기원 문제에 대하여 유독 성경만이 모든 이방 민족 신화와 달리 창조론에 입각한 천지 창조 기사를 독보적으로 보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첨예하게 드러난다. 이는 백보 양보하여 세속 학자들이나 자유주의 신학자들이 그러하듯이 성경의 창조 기사를 이방 신화들과 동일선상에서 바라볼 때에도 그리고 우선은 어떤 견해가 맞는가 하는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일단 오직 성경만이 인간의 일반적인 사고의 범주나 유형을 따르고 있지 않다는 사실만은 분명히 보여 준다.

 
(2) 진화론을 통해 부활한 자연 발생론 
현대에 이르러 그 유출 과정이 꼭 그렇게 되어야만 할 필연성을 제시 못함은 물론 수많은 자체 모순을 갖고 있는 유출론 계통의 신화들은 그야말로 옛날 이야기로 전락하였다. 그러나 자연 발생론의 경우는 그 정반대이다. 물론 자연 발생론에 근거한 신화들이 물질들이 일단 자연 발생한 이후에 현재와 같은 세상으로 조성되는 과정에 대하여 말하고 있는 신화적 요소들은 허황된 이야기로 간주된다. 하지만 물질의 자연 발생이라는 기본 생각 자체만은 이제 신화적 사고를 하던 전시대의 유치한 수준을 극복하고 소위 합리적으로 사고한다고 자부하는 자칭 성숙한 현대인들이 우주의 궁극적 기원이라는 원초적 문제에 대하여 갖는 거의 유일하고 완전한 견해로 부상하였다. 이는 한 마디로 현대 과학이라는 미명 아래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기원에 대한 유일한 정답으로 제시 내지 거의 강요되다시피 하고 있는 진화론(進化論, Evolutionism)이 그와 필연적으로 관련된 보다 더 원초적인 문제인 우주 자체와 그 안의 모든 물질들의 기원에 대해서 바로 이 자연 발생론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화론은 지구상의 물질들이 자연 상태하에서 대략 45억 년 정도라는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물리 화학적 반응을 되풀이한 결과 아주 우연하게 하등 생명체(下等生命體)가 생겨 났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또다시 그것이 장구한 기간의 적응과 도태, 그리고 그 역시 우연한 돌연변이의 축적의 결과 지구 도처의 그 다양한 각각의 환경과 그토록 완벽한 상호 관계에 있는 셀 수도 없이 수많은 종류의 생물체가 등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는 뚜렷한 정신 작용과 독립된 자아의식(自我意識)을 가진 우리 인간에 이르기까지 수직적으로 발전해 왔다고 말한다. 이처럼 진화론은 생물체의 기원과 발전에 대한 가설(假說)이다. 한 마디로 진화론은 이처럼 지구상에 수없이 다양한 생명체가 존재하는 현실을 그전에 이미 존재하던 물질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상호 반응을 거듭하던 끝에 우연히 발생한 하등 생물체가 생명체와 환경 사이의 기계적 원리에 의해 고등 생물체로 발전해 온 과정의 잠정적 현상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이같은 진화론은 그 자체의 이론과 관련하여 필히 야기되는 문제인 그렇다면 우주 전체와 그 안의 모든 물질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가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그것들은 스스로 영원히 존재하며 역시 그 자체의 기계적 원리와 상호 작용에 의해 끝없이 변화해 나가는 것으로 간주한다. 즉 진화론은 궁극적으로는 모든 물질은 그 자체로서 영원히 존재하는 것으로서 다만 그 기계적 원리에 의하여 각 시점마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만 다를 뿐이라는 자연 발생론에 근거하고 있다. 따라서 진화론만이 생명체는 물론 우주 자체의 기원에 대하여 유일하게 완전한 정설인 것처럼 통용되는 시대에 사는 현대인들은 결국 다시금 더욱 더 꼼짝없이 자연 발생론이라는 신화 속에 갖힌 셈이다.

  
(3) 성경 전체의 무오성에 대한 시금석인 창조 기사 
한편 우주의 궁극적 기원의 문제는 그 기본 속성상 그저 단순한 인식 방법의 차이나 가치의 우선 문제를 논하는 인식론(認識論, Epistemology)이나 가치론(價植論, Axiology)등의 문제가 아니라 엄연히 한쪽이 맞으면 한쪽은 틀릴 수밖에 없는 존재론(存在論, Ontology)의 문제이다. 그런데 이제 성경은 바로 이 문제에 대하여, 그것도 모든 성경의 제일 첫머리에서 과거의 여러 신화들은 물론 과학이라는 명분으로 치장한 현대판 신화인 진화론 등 그 어떤 것과도 달리, 오직 유일하게 창조론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성경은 바로 그 첫머리에서부터 오직 성경만이 진리이거나 아니면 오직 성경만이 근본적 오류를 범한 것이 된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바로 이 사실을 직시하여야 한다. 곧 성경은 그 모든 첫머리에서부터 실로 전존재의 근본적 문제인 우주와 인생의 궁극적 기원의 문제를 밝히되 그 어떤 인간의 전승들과도 달리 오직 유일하게 창조론을 선포하고 있다는 중대한 사실이다. 물론 성경의 창조 기사만이 창조의 제반 요소와 전과정에 대하여 체계적이고도 일목요연한 기사를 제공하며 그 어떤 자체모순(自體予眉)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그리고 거기서 드러난 창조의 목적이나 내용이 철저히 윤리적이며 또한 창조의 기본 목적이 향후의 하나님의 통치와 언약 그리고 심판 등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의 모든 사역에 드러난 목적들과 완전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그리고 창조 기사에 진술된 여러 세부적 내용이 과학(科學, Science)의 발달과 함께 점점 더 그 진실성이 입증되어 가고 있는 사실도 큰 의의를 갖는다.

그러나 역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직 성경만이 무로부터 유로의 절대적 창조를 그 첫머리에서부터 선언함으로써 성경이 처음부터 세속의 그 어떤 인간적 견해와도 상치되는 독보적 위치에 선다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실로 전체 성경의 첫머리로서 모든 말씀을 시작하는 초석이 되는 이 창조 기사(創造 記事)는 결국 향후 제시될 성경 말씀 전체가 그 모든 인간의 학설이나 철학 등과 달리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무오한 진리이거나 아니면 오직 성경만이 객관적 사실과 인간의 일반적 인식에 위배된 독선인지를 가늠하는 결정적 시금석이 된다. 

물론 현단계의 인류의 지식 수준으로는 우주 전체의 발생이라는 원대한 문제에 대하여 완전한 객관적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그리하여 이 문제는 아직도 엄밀하게는 믿음과 직관, 상상과 추론의 영역이다. 그러나 이는 분명 한쪽은 맞고 한쪽은 틀리는 객관적 사실의 문제이다. 
그러므로 우리 성도는 일단은 오직 성경만이 우주의 궁극적 기원에 대하여 이처럼 유일하게 창조론을 선언하고 있는 특수 상황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세계 유수의 과학자들이 비록 완전히 논증할 수는 없으나 에너지 보존의 법칙,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 등의 열역학(熱力學)이나 모든 만물에 일반적인 인과론(因果論) 등으로 추론해 볼 때에는 오직 창조론만이 유일한 합리적 결론임을 인정하고 있음도 기억해야 한다. 
또한 우리 성도는 현재 수많은 현대인들이 생명의 기원은 물론 우주의 궁극적 기원에 대한 유일한 과학적 정설(定說)이요 따라서 유일하게 정확한 진리라고 알고 있고 또 그렇게 믿도록 강요되고 있는 진화론의 허구성은 물론 그 뒤에 숨겨진 깊은 영적 음모(靈的 陰課)까지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진화론은 백 번 양보하여 말하더라도 이미 그 근본 전제에서부터 상대적으로 보다 더 비논리적인 우주 자체와 물질의 자연 발생론에 근거한 가설(假說)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진화론자들이 생명체의 자연 발생과 진화라는 자신들의 기본 견해를 입증할 근거로 제시한 화석학, 발전적 돌연변이 형질의 유전, 생물 발생학, 연대 측정학 분야의 자료들도 오히려 진화론과 모순됨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그럼에도 잘 알다시피 진화론은 여전히 요지부동으로 마치 모든 면에서 최종 확증된 정설인양 계속 거의 모든 문명국의 정규 학교 교육과정과 언론 등을 통하여 교육, 유포되고 있다. 여기에는 분명 저 하늘과 온 땅을 한 번만 둘러보아도 누구나 직관적으로 곧 깨닫게 되는 하나님의 천지 창조 사실을 인간의 그 미약한 이성(理性)을 맹목적으로 교만케하거나 마비시킴으로써 호도하여 결국 하나님과 인간을 이간시키려는 사단(the Satan)의 끈질긴 궤계가 담겨 있는 것이다. 실로 진화론은 사단이 우리 시대에 유포시킨 현대판 이방 신화요 우상이다.

 


3. 끝맺는 맡 

 

이제 말을 맺으며 다시 요약해 볼 때 무엇보다 먼저 성경의 창조 기사는 다름아니라 전 우주와 역사의 궁극적 기원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문제를 정면으로 논의하는 것이다. 이는 실로 모든 인생이 찾아 헤매는 구원은 물론 향후 전개될 모든 역사의 시발점이요, 모든 존재들 사이의 기본 관계나 우주와 인생과 관련된 진리의 근본을 규정하는 원천적 사건인 창조 사역에 대한 기록이다. 그럼으로써 창조 기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끝없이 그리고 철저히 연구할 가치를 갖는다.

특히 성경의 창조 기사는 그 역시 제각각 우주와 인생의 시작을 보여 주는 이방 신화들은 물론 이 문제와 관련된 진화론 등의 세속 과학적 견해들과 비교할 때에도 우주와 인생이 존재하게 된 가장 궁극적 동기 내지 과정에 관하여 그 어떤 견해와도 달리 독보적으로 절대적 창조론을 주장한다. 그 기본 속성상 맞지 않으면 틀릴 수밖에 없는 문제에 관하여 이처럼 성경만이 독보적 견해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은 결국 성경만이 유일하게 맞거나 아니면 유독 성경만이 틀린 것이라는 피할 수 없는 특수 상황을 야기한다. 그리하여 성경이 바로 그 첫머리에서부터 혼자 유일하게 맞거나 반대로 유독 혼자만 틀릴 수밖에 없는 이 특수 상황은 이후 전개될 모든 성경 본문의 신뢰성 여부에 대해서도 결정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러므로 성경의 창조 기사야말로 넓게는 기독교 진리 전체의 진위를 판가름하는 시금석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 기독교는 성경의 창조 기사가 계시하는 절대적 창조론의 독보성을 충분히 인지함은 물론 그 진실성의 입증에 끊임없는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현재 성경의 창조 기사는 그것이 우주와 인생의 궁극적 기원으로 제시하는 창조론이 모든 면에서 합리적인 것임이 모든 학문 분야에서 폭넓게 인정되어 가고 있다. 또한 총 6일간에 걸친 하나님의 우주의 세부 조성 사역에 대한 내용들도 관련 학문이 발달해 갈수록 점점 더 그 과학적 진실성이 드러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성경의 창조 기사는 아직도 여전히 그 무한한 가치와 진실성이 완전히 이해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다시 한번 성경 첫머리의 창조 기사의 중요성을 재발견하는 것은 물론 여러 측면에서 실로 열정적으로 그리고 철저히 이를 연구 입증해야 할 사명도 깨닫게 된다. 

그렇다! 창조 기사는 지금도 끝없이 재발견되어야 한다. 

 

 

* 옥스퍼드 주석 창세기편 70-78페이지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