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서점에 가서 책을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로마서에 관한 주석이나 신학 관련 서적들을 지나치게 되면, 그 중 몇 권을 빼서 보게 됩니다. 그때마다 로마서 7장 13절 이하를 먼저 살펴보게 되는데, 그 이유는 이 본문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해당 저자의 신학적 배경이나 신앙 성향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로마서 7장 해석의 어려움
로마서 7장 13절 이하의 본문은 해석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 본문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해 학자들 사이에서 통일된 의견을 찾기 힘듭니다. 예를 들어, "나"가 누구를 의미하는지에 대해 여러 해석이 존재합니다. 이는 바울 자신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예수 믿기 전에 구속받지 않은 사람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바울의 갈등과 신앙의 성장
처음에는 로마서 7장을 예수 믿는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영적인 갈등의 예로 해석했습니다. 예수님을 믿고 큰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겪는 영적인 투쟁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미국에서 로마서 7장에 대한 강의를 듣고 나서는, 이 구절은 오히려 예수 믿기 전의 바울의 내면을 묘사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강의를 맡은 교수님은 "이 본문은 예수 믿기 전, 바울이 겪은 내적인 갈등을 설명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 주장이 처음에는 설득력 있게 들렸습니다.
하지만 목회 활동을 하면서 점차 제 생각은 달라졌습니다. 많은 믿음이 깊은 형제들을 만나면서, 로마서 7장의 "나"가 예수 믿은 이후에도 여전히 내면의 갈등을 겪는 사람을 뜻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본문에서 말하는 갈등은 단순히 예수 믿기 전의 문제만이 아니라,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신자의 삶에서도 여전히 나타날 수 있는 중요한 주제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율법과 죄의 관계
로마서 7장에서 바울은 율법의 거룩함을 강조하면서, 죄가 율법을 통해 드러난다고 말합니다. "율법을 알게 되었을 때, 죄가 더욱 명백하게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율법은 거룩하고 선하지만, 인간은 그 율법을 지키지 못하고 죄에 빠지게 됩니다. 이는 인간의 내면에 죄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율법의 거룩함을 알게 되면, 죄에 대한 인식도 깊어집니다. 이로 인해 갈등과 괴로움이 발생하지만, 동시에 은혜도 함께 옵니다. 19절에서 바울은 "내가 원하는 선을 행하지 않고, 오히려 원치 않는 악을 행한다"고 고백합니다. 이 갈등은 신자에게도 여전히 존재하며,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의로워지고자 할 때, 육체는 여전히 죄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율법에 대한 오해와 진정한 자유
일부 사람들은 예수를 믿으면 율법에서 자유롭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해석입니다. 예수님을 믿는 것은 율법을 더 이상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율법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죄인에게 주어진 은혜의 선물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구원받은 사람은 율법을 통해 의롭게 되지 않지만, 그 율법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그것을 행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우리는 율법을 단순히 '구원의 조건'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은 율법을 완전히 폐지한 것이 아니라, 그 율법을 온전히 성취하셨고, 이제 우리는 그 율법을 통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로마서 7장에서 바울은 이 율법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내면의 갈등과 영적인 성장
로마서 7장 14절에서 바울은 자신이 "육신에 속하여 죄 아래 팔렸다"고 고백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이론적 고백이 아니라, 바울이 겪고 있는 깊은 내면의 갈등을 드러내는 말입니다. 그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하고, 원하지 않는 죄를 짓는 자기 자신을 비참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는 바울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겪는 현실적인 갈등입니다.
바울은 이 갈등을 "사망의 몸"으로 묘사하며,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싸움을 인정합니다. 이 싸움은 죄와 하나님 사이의 갈등이자, 의와 불의의 싸움입니다. 그러나 바울은 이 내면의 싸움을 통해 궁극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의지하고, 그 안에서만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결론: 신앙의 여정에서의 갈등과 은혜
로마서 7장은 신앙 생활에서 겪는 내면의 갈등을 매우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죄와 율법, 그리고 은혜에 대한 깊은 이해를 요구하는 이 구절은, 신자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하나님 앞에서 온전히 회개하고, 믿음을 더욱 굳건히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 갈등을 인정하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오히려 영적으로 성장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결국 로마서 7장은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그것은 우리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의지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죄에 대해 고백할 때, 그 은혜가 더욱 풍성하게 임하며, 이 갈등 속에서 우리는 더욱 하나님의 뜻에 가까워져 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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