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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WILL CHURCH/Christianity

지우수드라의 홍수 이야기 - 수메르 신화

  어느 민족이고 모두 그들 민족의 기원을 이야기한다. 특히 민족의 시조 영웅을 신에 두는 경우, 즉 그들의 조상이 신의 아들이었다거나 신이 만들었다는 식으로 전개되는 창조 신화인 경우 고대 현자들의 관심은 세상의 창조에 모아졌다. 인류 역사상 글로 전해진 창조 신화들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아래 번역한 수메르의 [창세 신화]이다. 서기전 27세기경에 기록된 이 토판은 아래와 같이 시작한다.

 

주 하늘 신(안)이 하늘을 밝게 하였으며

땅은 어두었고 저승에 눈을 두지 않았다.

골짜기에 물이 흐르지 않았고 무엇도 생기지 않았으며

넓은 땅에 밭고랑이 없었다.

 

훌륭한 구마사제 엔릴은 존재하지 않았고

거룩한 손 씻는 정결례를 갖추지 않았다.

하늘신의 성녀는 손을 두드리지 않았고

찬양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하늘과 땅은 서로 왕래하지 않았고

아내로 택하지 않았다.

달이 비치지 않았으며

어둠이 와 걸려 있었다.

좋은 땅에 풀과 약초가 스스로 자라지 않았다.

 

  수메르 [창세 신화]는, 태초에 밭을 일굴 사람이 없었으며 풀이 자라기 전에서 시작한다. 인간 창조의 신화는 세상 창조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창세기] 2-3장의 에덴 동산 이야기에서 그 내용을 볼 수 있다. 매우 간략하게 세상 창조를 설명하지만, 세상의 신이 사람을 만들어 흙을 일구고 열매를 맺게 하여 인간의 삶이 지속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개한 것이다[(창세기) 2, 4-8).

 

  그 때에 야웨 하느님은 땅과 하늘을 만들었다.

들의 어떤 초목도 땅에 아직 있기 전이고,

들의 어떤 풀도 아직 자라기 전이었다.

 

  야웨 하나님은 땅 위에 비를 내리지 않았으니,

흙을 일굴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살이 땅에서 올라와 흙 표면을 모두 적시었다.

야웨 하느님은 흙에서 흙덩어리로 사람을 만들고,

그의 콧속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어서,

그 사람은 살아 숨쉬는 것이 되었다.

야웨 하느님은 동쪽에 있는 에덴에 동산을 꾸미고,

만든 사람을 그 곳에 두었다.

 

  이처럼 사람이 창조되기 이전에 대한 묘사를 읽어 보아도 고대 이스라엘인의 창세 신화에 수메르 [창세 신화]의 여러 신화소가 살아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한편 수메르 홍수 이야기도 [창세기] 2장에서 9장까지의 '태초 이야기'와 그 순서가 비슷하다. [창세기]에 의하면 태초에 에덴 동산이 있었고 그 다음 도시들이 건설되었으며, 사람의 부정이 심해져 끝내는 홍수로 이어지고, 홍수에서 살아남은 노아가 하느님과 새로운 계약을 맺게 된다. 지금까지 알려진 이러한 전승 신화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수메르의 [지우수드라의 홍수 이야기]와 "신들이 사람 대신에"로 시작하는 [아트라하시스의 태초 이야기]다. 수메르 어로 씌어진 [지우수드라의 홍수 이야기]는 고대 바빌로니아의 학교에서 배웠던 작품이다. 인간 창조, 들판(에덴), 태초의 도시들, 홍수, 배를 타고 살아남은 현자, 신들의 축복으로 이어지는 이 신화는, [창세기] 2장에서 8장까지의 '태초 이야기', 즉 인간의 창조로부터 홍수 이전의 도시들, 인간의 타락, 끝내는 홍수로 이어지는 기록과 비슷하다.

  성서의 '태초에서 홍수까지의 이야기'의 전승은 분명히 이 수메르의 태초-홍수 이야기에서 기원한다. 또한 적어도 서기전 17세기에 씌어진 [아트라하시스의 태초 이야기]도 창세기의 초기 역사와 그 맥락을 같이한다. 메소포타미아의 이야기들보다 후대에(서기전 10세기경) 정립된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창세기 2-3장)에서는, 아담과 하와가 유토피아 같은 곳에서 살다가 하느님의 명령을 어긴 것 때문에 에덴 동산에서 쫓겨나고, 그들의 자식 카인이 형제 아벨을 죽인 다음 유배 길에 오른다(창세기 4:1-16). 그의 후손들 가운데는 비록 자기방어라 해도 상당히 폭력적인 인물들이 있었다. 잇달아 아담의 계보가 나오고(4:17-26; 5:1-32), 사악한 세대의 모든 사람들 가운데 노아 부부와 그의 세 아들과 며느리들만이 대홍수에서 살아남게 된다(6-8장). 홍수로 인해 한 차례 세상이 파괴된 후, 다시 새로운 삶과 족보가 전개되는 것이다.

 

  고대 근동의 문학작품 중에 창세기의 '태초 이야기'와 같은 소재들이 연결되는 작품은 한 토판의 3분의 1정도밖에 안 되는 [지우수드라의 홍수 이야기] 뿐이다. [지우수드라의 홍수 이야기]가 씌어진 토판은, 서기전 18-17세기 고대 바빌로니아의 중심 도시였던 니푸르와 우르의 학교 터에서 발굴되었다. 니푸르토판은 앞뒤 3단으로 씌어져 약 300행 정도 되는 작품인데 불행히도 위쪽으로 3분의 2가 부서져 중간 중간 이야기의 줄거리를 파악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공백은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면서 이해할 수 있다.

 

  토판의 왼쪽 윗부분이 부서졌기 때문에 이야기의 시작은 알 수 없으나, 약 45행부터 큰 신들이 사람을 만들어 사람들을 들판(에덴)에서 들짐승들과 즐겁게 지냈다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후 도시들이 세워지고, 사람들은 노역의 대가로 곡식을 받기 위해 배급 그릇을 가지고 있었다. 또 수로를 파서 물이 잘 흘러가게 했고 풍성한 수확을 얻었다. 그러나 노종이 심해지자 사람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신들의 왕 엔릴은 인간들의 시끄러운 불평소리 때문에 쉴 수가 없다며 인간을 없애자고 큰 신들의 모임에서 말했다.

  그러나 구원의 신 엔키는 올바르게 사는 통치자 지우수드라의 꿈에 나타나, 큰 신들이 곧 대홍수를 일으킬 것이라고 알려 주며 배를 만들어 홍수에서 살아 남을 것을 조언한다. 그후 거센 바람과 거친 폭풍이 모두 한 곳에 모이더니, 홍수가 일곱 날 일곱 밤 동안 땅을 휩쓸어 버렸다. 지우수드라는 엔키의 조언대로 배를 만들어 살아남았다. 홍수가 지나가고 배가 마른 땅에 닿자, 자우수드라는 태양신 우투 앞에 나아가 소와 양을 잡아 제사를 올렸다. 지우수드라는 큰 신들의 축복으로 신처럼 사는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고, '기어다니는 작은 것들과 사람의 이름'을 보호하기 위해 바다 건너편에 있는 딜문 땅에 가서 영원히 살았다고 전한다.

 

(처음 36행이 부서져 없음.)

 

  [닌투는] 귀를 기울였다.

"내 사람들이 파멸되었다고 생각해 보자.

나 닌투가 만든 모든 것들을 제자리로 돌려보내야겠다.

사람들이 그들의 발자국을 따라 돌아가게 해야겠다.

사람들이 와서 도시와 제단을 짓게 하여,

나는 그 그늘 밑에서 쉬어야겠다.

도시의 거룩한 곳에 제의에 따라 흙벽돌을 쌓게 할 것이다.

거룩한 곳에 점 칠 장소를 만들게 할 것이다.

거룩하고 쉴 수 있는 곳이 바르게 될 것이며

제식과 고귀한 제의가 다 갖추어질 것이다.

울부짖는 곳에 나는 평화를 이룩하겠다.

안, 엔릴, 엔키와 닌후르상은

검은 머리(즉 사람)을 만들었다.

땅 밑에서 (올라오는) 작은 기는 것들이 늘어났다.

들짐승과 다리 넷 달린 동물들이

 

  들판(에덴)에서 서로 즐겁게 놀았다.

 

(몇 행이 부서져 없음.)

....

사람들은 살이 올랐으며,

그때, 뱀이 없었고, [전갈도 없었다.]

사자가 없었고, [하이에나도 없었다.]

개를 늑대가 [물어가는 일이 없었다.]

사람이 [서로 원수지는 일이 없었다.]

무섭고 몸서리치는 일도 없었다.

....

(약 20행이 부서져 없음.)

....

왕권이 하늘로부터 내려온 후,

 

  왕관과 왕좌가 하늘로부터 내려온 후,

제식과 고귀한 제의가 다 갖추어졌다.

도시의 거룩한 곳에 흙벽돌을 쌓았다.

그곳에 이름을 주었고, 배급 그릇을 나누어 주었다.

이 도시 중에 첫째는 에리둑이었고,

그곳의 지도자인 누딤무드(엔키)에게 주었다.

둘째로 바드티비라를 왕자와 성녀에게 주었다.

셋째로 라라크를 파빌상에게 주었다.

넷째로 시파르를 용사 우투(태양신)에게 주었다.

다섯째로 슈루파크를 수드에게 주었다.

이 도시들에 이름을 주었고, 배급 그릇을 나누어 주었다.

진흙으로 막힌 곳에 수로를 파서 물이 잘 흘러가게 했다.

 

좁은 수로를 깨끗이 파서 풍성한 수확을 얻게 했다.

 

(약 36행이 부서져 없음. 신들의 왕이 엔릴은 인간들이 불평불만하는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쉴 수가 없으니, 인간을 없애 버리자고 신들의 모임에서 말했다.)

 

"홍수를 [일으켜서, 배급 그릇을 휩쓸어 버리자.]

인간들을 [모두 없애 버리자.]"

이렇게 하자고 [신들의 모임에서] 말했다.

그때 닌투는 이 피조물을 위해 눈물을 흘렸다.

인안나도 이 인간들을 슬퍼했다.

엔키는 혼자 자기 마음속으로 충고를 했다.

안, 엔릴, 엔키와 닌후르상은

하늘과 땅의 신들이 안과 엔릴의 이름으로 맹세하게 했다.

 

  그때 지우수드라는 왕이며 제사장이었다.

앞일을 미리 알려 주는 신상을 만들었다.

말씀을 들으려고 그 옆에 겸손히 서서 두려워하며 기다렸다.

매일매일 제사 드리며 기다렸다.

꿈은 아닌데 무엇인가 나타나 말했다.

 

"하늘과 땅의 이름으로 맹세한다.

신들은 모임에 왔다."

 

지우수드라는 그 옆에 서서 귀를 기울였다.

"담 옆 왼쪽에 서서 귀를 기울여라.

담에 대고 내가 말하겠다. 내 말을 들어라.

내 가르침에 주의하여라.

우리 손으로 일으킨 홍수가

배급 그릇들을 [이 땅에서] 휩쓸어 버릴 것이다.

인간의 종자를 없애 버리자고 [결정]했다.

회의에서 결정한 판결에 [반대할 수 없다.]

안과 엔릴의 명령이 [바뀐 적이 없다.]

이제 [...]"

 

(약 40행이 부서져 없음. 엔키가 지우수드라에게 배를 만들어 온갖 생명의 씨앗과 각종 동물을 비롯한 그의 모든 소유를 배에 실으라고 하는 부분이다.)

 

  거세고 거센 바람, 거친 폭풍이 모두 한 곳에 모였다.

홍수는 배급 그릇들을 휩쓸어 버렸다.

 

  일곱 날 일곱 밤 동안

홍수는 이 땅을 휩쓸어 버렸고,

거센 바람으로 큰 배는 높은 물 위에 떠서 뒤흔들렸다.

태양이 떠오르자, 하늘과 땅에 빛이 비쳤다.

지우수드라는 큰 배에 구멍을 뚫었다.

용사 우투(태양신)는 빛을 큰 배 속으로 비춰 주었다.

지우수드라 왕은

우투 앞에 나가 땅에 입맞추었다.

왕은 소를 도살하고 양을 잡아 제사를 지냈다.

....

(약 40행 부서져 없음.)

 

  (엔키는 안과 엔릴에게 말했다.)

"당신들이 하늘과 땅의 목숨으로 맹세했으니,

그(지우수드라)도 당신들과 함께 어울리게 합시다.

안, 엔릴, 당신들이 하늘과 땅의 목숨으로 맹세했으니,

그도 당신들과 함께 어울리게 합시다.

그가 땅 밑에서 올라오는 작은 기는 것들을 올라오게 할 것입니다."

지우수드라 왕은

안과 엔릴 앞으로 가서 땅에 입맞추었다.

 

  안과 엔릴은 지우수드라에게 찬사를 보냈다.

그에게 신처럼 사는 생명을 주었고,

신처럼 사는 영원한 목숨이 부여되었다.

그때, 지우수드라 왕에게

작은 기는 것들과 인간 종자의 이름을 보호하게 하였다.

산 너머 동쪽 머나먼 딜문 땅에 살게 하였다.

....

(마지막 약 40행 미만으로 부서져 없음.)